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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본 모두들[부천TOWN]이란주가 만난사람_함께 사는 두더지들, '땡땡'과 '그링' 모두들 활동가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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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주가 만난 사람_ 함께 사는 두더지들, ‘땡땡’과 ‘그링’ 모두들 활동가


따뜻하고 시원하게 몸을 쉬고 밥해 먹고 씻는 집, 그런 집을 갖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벌이로 살거나 그나마 일자리도 없는 이들은 고시원이나 반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면서도 수입의 절반가까이를 주거비로 써야한다. 곰팡이, 벌레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기본이다. 이처럼 암울한 주거 상황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 신데렐라가 되지 않는 이상 탈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벽을 훌쩍 뛰어 넘었다. 벽을 넘는 힘은 발랄한 상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듯하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모여라 두더지들의 약자, 이하 모두들)은 지난 3월, ‘모두들 집에 살 권리가 있다’라는 주거권 선언을 내놓았다. 


조합원들이 회의를 거듭하며 함께 만들어 창립총회에서 돌아가며 낭독한 이 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살만한 집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집을 물려줄 수 없어서, 집의 밑천을 마련해주지 못해서, 또는 집을 구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괴롭힐 이유는 없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살만한 집에 살 수 없는 사회 구조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혀 살지 않겠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기서 함께 모여 산다. 우리의 집은 누구 하나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함께 사는 ‘집’을 운영하고, 공간을 공유하면서 ‘집’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삶을 지지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라고 외친다. 

모두들에는 공급자조합원, 후원자조합원, 소비자조합원이라는 세 종류의 조합원이 있다. 공급자조합원과 후원자조합원이 마련해준 1천만 원으로 집 하나의 보증금을 마련하고 소비자조합원이 내는 분담금 20-30만원씩을 모아 월세, 공과금, 조합운영비 등을 충당한다. 식비 등 공동생활비는 같은 집에서 사는 구성원끼리 2만 원씩 따로 모아 마련한다. 

모두들은 이런 ‘두더지하우스’를 5개 운영하고 있다. 공급자조합원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수익을 얻고, 소비자조합원은 같은 비용으로 곰팡내 나는 단칸방에서 벗어나 자기 방과 공유하는 거실, 부엌, 욕실을 얻어 주거의 질을 높인다. 

조합운영을 주로 책임지고 있는 활동가, 땡땡과 그링을 4월 15일 담쟁이에서 만났다. 모두들의 활동방식과 두더지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을 듣는 시간은 무척이나 유쾌했다. 덕분에 나도 두더지하우스에서 살고 싶어졌다. 


# 늘 중요한 주제, 집


저(땡땡)는 학교 다닐 때 ‘노숙모임 꿈꾸는 슬리퍼’ 활동을 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마당에 텐트를 치고 집 마련이 어려운 친구들이 같이 살았어요. 저는 생활은 다른데서 했지만 활동은 같이 했거든요. 

꿈꾸는 슬리퍼는 그냥 텐트에서 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거권과 관련해서 여러 재미난 활동을 시도했는데, 우리 학교 교수님 중에는 우리에게 주거권 관련 활동이라면 국회나 시청 앞에 텐트를 치지 왜 학교냐고 묻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주목받는 광장이 아니라 바로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더 이상 학교에 텐트를 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부천에서 주거협동조합을 시작했지요. 

우리에게 부천은 여러 의미가 있다고 봐요. 부천의 청년들은 서울이 자신의 삶터라 생각해서 그런지 부천에 산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지역에 청년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부천에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고 살 집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청년들은 기반이 없어 일자리 계약 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니 굳이 곧 떠날 동네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잖아요. 저 역시 역곡에서 몇 년 살았지만 단지 잠을 잘뿐이지 늘 서울을 향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이 동네에서 살며 활동하겠다고 생각을 바꾸고 지역을 보니 달리 보였어요. 구질구질했던 풍경이 매력으로 다가오고, 변하지 않는 것이 정감이 가는 거예요. 또 안정된 집이 생기면 삶이 달라지고 이 동네에서 미래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청년들이 다들 힘이 없잖아요. 저마다 열심히는 살지만 역시 혼자서는 힘들어요. 조직에 들어가도 제일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없으니, 뭔가 제안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일이 별로 없죠. 이렇게 혼자서는 불안하고 어렵고 힘이 약하니 모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여서 서로의 삶을 의지하고 힘도 주고 변화를 시작한다면, 이 작은 관계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함께 살기 위해 청년주거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돈 없이 혼자 살면 좁고 지저분한 공간을 떠돌게 되는데, 이렇게 모여 사니 거실 있고 세면대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됐어요. 모이면서 삶의 수준이 올라갔다니까요. 하하. 


# 두더지하우스, 이렇게 만들었어요.


지금 자라네, 볕드네, 괜찮네, 잘지내, 붐비네 이렇게 다섯 집이 있어요. 1호집은 우리 조합 활동가가 가진 돈을 보증금으로 써서 만들었고요. 2호집은 빙고에서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해서 만들었어요. 공동체은행 빙고라고 있어요. 시중 은행과 다르게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낮은 이들, 우리 같은 공동체 단위에도 대출을 해 주거든요.

3호집 괜찮네 만든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2013년 8월에, 처음 우리 상상을 지역에 소개하는 입주설명회를 가졌거든요. 정작 그 설명회를 통해서는 공급자조합원이나 소비자조합원을 하나도 모으지 못했어요. 

그런데 입주설명회와 1호집 만든 이야기가 언론에 실리면서 그것을 본 경남 합천에서 농사짓는 부부가 공급자조합원으로 함께 하겠다고 연락해 왔어요. 그 분들이 1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줘서 3호집 괜찮네를 만든 거지요. 4호, 5호도 우리 활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공급자 조합원이 참여해서 만들게 된 겁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소사본동은 그래도 세가 싸서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면 방 3~4개짜리 집을 얻을 수 있어요.

우리는 소비자조합원이 자기 짐만 가지고 들어오면 살 수 있도록 공용 가전제품과 방마다 책상, 의자, 책꽂이 같은 기본적인 가구를 모두 준비해 뒀어요. 재활용가게나 중고물품 후원으로 다 마련한거지요. 

소비자조합원은 방 크기에 따라 월 분담금이 달라요. 분담금에는 월세, 공과금, 조합운영비, 보증금 대출상환금, 가구집기 비용이 다 포함돼 있는데 제일 큰 방이 30만 원 정도, 작은 방이 20만 원대 초반입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분담금은 거의 같아요. 각 집마다 공동체 통장에 적립해서 여름에 아낀 돈을 겨울 난방비로 쓰니까요.

조합은 최대한 노력한 것이지만 조합원 중에는 이마저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주택가격 안정이나 공동임대주택 정책 같은 제도적 해결이 없으면 이보다 더 낮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 사람 셋, 고양이 셋


소비자조합원이 되어 같이 살려면 조금 준비가 필요해요. 조합원의 책임과 권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12시간 정도는 함께 지내며 같이 섞여 살 수 있는지 서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조합과 공동생활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면 입주가 결정 되지요. 

거주계약은 6개월 단위로 하는데 얼마든지 갱신 가능하죠.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할 때는 그에 대한 책임을 당사자와 조합이 같이 나눠요. 

조합과 당사자, 다른 조합원들이 다 같이 다음 입주자를 찾고 그래도 안 되면 계약한 6개월간의 분담금은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약속을 하고 있어요. 

여성이나 남성만 사는 집,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사는 집,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 등 집마다 특성이 있어요. 이렇게 다양해지니까 조합원이 특성과 취향에 따라 살고 싶은 집을 고를 수도 있게 됐어요. 

이를테면 5호집 붐비네에는 사람 셋과 고양이 셋이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붐비네죠. 연애나 결혼하는 커플이 생기기도 하는데 집 구성원이 다 동의하면 같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집 다섯 개에 16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3명은 조합을 운영하는 활동가예요. 활동가 제도는 조합운영을 위해 필요한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두게 됐어요. 

각 집에는 회계담당과 논의담당이 있는데 서로 돌아가며 이 역할을 합니다. 논의담당은 각 집에서 집회의를 운영하고 거기서 모아진 의견을 반상회라는 조합 회의에서 공유합니다. 또 반상회에서 나온 내용을 집회의 때 전달하고 다시 의견을 구하는 것도 논의담당이 하는 일이죠.

아, 물론 썩 잘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합니다. 그런 노력이 조합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쉽지 않은 함께 살기, 그러나!


같은 집에 사는 구성원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도 많지요. 서로 생각도 다르고 생활 패턴도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갈등이 생길 경우 가능하면 집 회의를 통해 조절하도록 해요. 

집회의 때 가장 중요하게 하는 일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활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거예요. 

그 다음은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죠. 사실 가장 힘든 일이 가사노동 갈등이에요. 다들 생활이 바쁘고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달라 맞추는 것이 지난하고 힘들어요. 

설거지는 각자 먹은 것을 닦는 것이 원칙이고, 빨래는 요일을 정해서 세탁기를 사용해요. 청소는 자기 방은 알아서 치우되 공용 공간은 담당을 나눕니다. 

이렇게 정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맞춰 방법을 찾아요. 한 사람이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설거지를 못하게 되면 부탁하는 쪽지라도 남기기로 약속하죠. 욕실 청소가 전혀 안되어 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을 맡은 사람이 실연해서 너무 힘들었던 거예요. 그걸 모르면 화가 나지만 알고 나면 다 이해가 되니 서로 도우려고 하죠. 

중요한 것은 문제적 상황이 발생해도 망가지지 않을 튼튼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봐요. 

누구나 일시적으로 힘들 수 있고, 실수할 수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관계까지 틀어져 버리면 공동생활을 할 수 없으니까요. 네 책임 내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며 챙기고 맞춰가자는 것이죠. 

갈등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는, 활동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보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청신호잖아요.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계란 때문에 두 시간 회의


집마다 구성원 특성에 맞게 규칙을 정해요.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논의해서 뭔가 합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활동가들이 판을 벌여 논의를 촉진했어요. 하지만 곧 자체 회의를 통해 규칙을 만들고 역할을 정합니다.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면 새로 회의를 해서 규칙을 같이 정해요. 기존에 있던 사람들끼리 정한 규칙이 새로운 식구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중요한 규칙이라도 강요해선 안 되죠. 그러니까 함께 지킬 약속을 같이 정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채식하는 구성원이 있는 집에서는 고기나 생선을 공금으로 살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들기도 했어요. 

채식하는 구성원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을 시작했대요. 자신은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다 안 먹는데 생활비로 계란을 사는 것에는 동의했거든요.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공장식 축산을 통해 생산한 계란 말고, 동물복지에 신경 쓰며 계란을 생산하는 생협 계란을 사자고 제안했어요. 생협 계란이 건강하고 좋기는 하지만 비싸다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 집에서는 생활비를 개인당 2만5천 원씩 내기로 했어요. 다른 집보다 5천원 더 내는 것에 합의한 거죠. 

채식하는 조합원은 또 자신이 제안한 것이니 생협에서 계란을 사오는 일을 직접 하겠다고 자진하고, 다른 조합원은 먹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런 수고를 시킬 수는 없다며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죠. 

아마 어떤 계란을 사느냐 하는 문제로 두 시간 넘게 토론하는 집단은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면서 서로 성숙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집에서는 조합원들이 채식요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 

어떤 집에서는 생활비를 걷지 않고 각자 생활용품을 사고 냉장고를 칸칸이 나눠 사용하며 다른 사람의 음식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우기도 해요. 

물론 우리 조합에서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른데, 그런 시도를 굳이 말리지는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 딱딱 구분하는 그런 관계보다는 공동의 것을 늘려가고, 서로 용인하며 더 먹고 덜 먹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는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 갈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 더 넓어지는 관심


집을 마련하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만 해도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일은 조합원들이 의견을 맞춰 협력하며 서로 관계를 이루는 일이예요. 그 과정은 고난이자 아름다움이죠. 

그래도 우리는 자부심이 하나 있어요. 다른 쉐어하우스에서는 한 번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다시 사는 비율이 낮대요. 그 대부분이 구성원 간에 서로 삶을 터치하는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합니다. 관계를 중시하고 서로 신경 쓰며 개입하며 살기를 원해요. 지금까지 한 사람이 이것을 힘들어 하며 재계약을 안 했어요. 조금 아쉽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싶지는 않아요. 

또 이리저리 둘러보니 청년들만 집이 없어 힘든 게 아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집을 원하고 있어요. 시설에서 나오기를 원하는 장애인, 가정에서 독립하기를 원하는 청소년, 가난한 노인들,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이런 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시작 단계라 청년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주거의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주체들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을 같이 하고 싶어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생활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인데, 처음에는 집 걱정만 사라지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답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이 우리 조합을 통해 가능해 졌으면 좋겠다 싶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집만 생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도 있어야 합니다. 주거비가 아무리 낮아도 일자리가 있어야 생활이 안정될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글 이란주/사진 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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